논스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성장의 베이스캠프인 이 곳에서 내가 사는 동안 누구보다 크게 성장하고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야겠노라고 다짐했지만 오히려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치고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되었던 지난 4개월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에 대해 쓰기보다는, 지난 4개월 동안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보려 합니다.


마지막 온보딩 세션이 있던 날, 논스에서 한 달간 지내고 난 뒤의 소회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많은 분들이 자신이 “방황기”라고 말씀하셨을 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아직 방황이라는 것을 겪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왠지 곧 겪게 될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말이 현실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 전까지 제가 살아왔던 삶을 돌아봤을 때, 제가 내렸던 결정들은 모두 “일단 해보자, 안 되면 어쩔 수 없고”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들이었습니다. 남들이 다 똑같이 걷는 길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내 가슴이 움직이는 것을 먼저 선택해 왔었고, “안 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보다는 “무조건 잘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항상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4개월 동안 논스에 있으면서, 사실 논스에 있으면서라는 말보다는 “제대로 된 도전을 시작하면서”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겠지만, 모든 일이 내가 기대했던 대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깊게 느꼈습니다. 그 전까지는 그냥 해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아무 준비 없이 달려들었다면, 창업에 도전하며 생각없이 시작했다가 내가 너무 준비가 안 되어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한 발 물러서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조금 더 조심스러워지고, 소극적이게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했습니다.

논스에 입주하던 시기에 저와 제 팀은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크립토 장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별의별 프로젝트들이 코인을 찍어내고 누구는 수십억짜리 투자를 받았다더라 하는 뉴스가 우후죽순 터져나오면서 지금 장이 좋을 때 받아놓아야 한다는 조급함 반, 남들도 다 하는데 우리라고 왜 못할까 하는 가벼운 마음 반으로 투자를 받아야겠다는 결정을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투자를 받는다는 것이 생각보다도 훨씬 어려운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해외 VC 네트워크도 만들어야 하고, 해외 법인도 설립해야 하고, 규제 이슈에 민감한 시장이다보니 사업에 대한 법적 자문도 받아보아야 했고, 가뜩이나 투자를 받아본 경험도 없었던 제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들밖에 없었고 아무리 뭔가를 해보려 해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 시간을 1~2달 겪다 보니 무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는 투자를 무조건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코파운더들의 의견에 휩쓸리듯이 투자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느 정도 고객을 확보하고 매출을 내고 소위 말하는 Product Market Fit을 찾고나서 투자를 받고 싶은데, 이 크립토 생태계에서는 그런 정도를 걷는 팀들이 없는 것 같아보였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투자를 받으려고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게 가능한걸까”하는 무서움이 제게는 항상 기저에 깔려있었는데, 실제로 법인 설립부터 VC들을 만나 설득하는 과정까지 모든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다보니 그 두려움은 더 커져갔습니다.


그러던 중 코파운더 친구들도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봅니다. 한 친구는 다른 회사로 취업을 했고, 다른 한 친구는 자기가 해보고 싶었던 다른 일을 해보겠다며 팀을 떠났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빨리, 그리고 동시에 찾아왔습니다.